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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Fine Day : reality

from r a d i o 2008/03/14 23:20


시작은 좋았던 것 같다.

청명한 하늘, 따스한 햇살...
출근 길에 연신 하늘을 올려다 보았고, 셔터를 눌러댔다.

금요일이었다.
매주 금요일이면 살짝 맛이 가는 나지만, 오늘은 그래도 좋을 날이었다.

점심엔 특별히 회사 언니가 소개한 일식 비빔밥을 먹었다.
함께 간 분이 밥을 사겠다고 했다.
화이트 데이라 사는 것이라고 했다.
나야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ㅋ


그리고..









오늘의 행복한 기운은 그걸로 끝이었다.






1.
맡겼던 필름이 오후에 웹하드에 올라왔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제 좀 Rollei와도 말 트는 사이라 믿었건만...
그렇게 믿었던 이놈이 뱉어낸 사진이란...
물론 찍사의 잘못이겠지만
이놈의 속내는 알면 알수록 도무지 모르겠다.


2.
금요일이고 화이트데이인데도 심심했다.
쎈스없는 짝지는 회사 회식가고 마침 일도 끝나서 야근할 명분도 없다.
집에 일찍 가서 애인 녀석이랑 놀아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오늘 날이 너무 좋았다...ㅠㅠ




3.
사실 짝지랑 놀아봤자 뭔 재미가 있으랴..
뻔한 레파토리 일텐데...
솔직히 애인 녀석이랑 씨름해봤자 뭔 재미가 있으랴...
팔만 아프고 성질만 버리지...

나에겐 뭔가 재미난 것이 필요했다.
내 정신을 쏙 빼놓을 건덕지가...
오늘 필름 결과물이 좋았더라면 카메라 둘러매고 명동이라도 쏘다닐텐데..
기가 한풀 꺾여버린 나는,
정신적 공허함을 물질적 풍요로 떼우고자 했다.

그래...
국전 가자...



4.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도 참을만 했다.
국전에 가서 그간 마음에 담아두었던 레어 DVD만 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할테니...
(근데 내 옆 아저씨의 암내는 좀 심했다... ㅡ,.ㅡa)




5.
결과는 참혹했다.
설마설마 했던 타이틀 전부, 제조사 품절 상태...
매장 아저씨와 우리나라 DVD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6.
아차..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내 손에는
DVD 타이틀이 잔뜩 들려있다.
친절한 매장씨의 정체는, 삐끼였다. ㅠㅠ
그래.. 원래 내가 구하고자 했던 타이틀처럼
얘네들도 언젠가 레어 아이템이 되어 못구하게 될지도 몰라...
..라고 위로 하며 카드를 긁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7.
레이드 기능이 되는 2단 외장하드까지 사들고 낑낑대며 국전을 나섰다.
출출하다.
스스로에게 했던, 저녁을 먹지 않기로 한 맹세는
세운지 6시간만에 무너졌다.
근처 KF△에서 버거를 베어 문다.
주위엔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쌍쌍이 앉아 쪽쪽 대고 난리도 아니다.
말없이 눈을 깔아주었다.





8.
또다시 지하철이다.
여전히 사람이 득실거린다.
고속버스터미널 역에서 환승한다.
갈아탄 7호선에서 극적으로 자리를 확보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
이제 나의 기나긴 one fine day 도 끝이구나 싶었을때,
내가 탄 지하철이 상도역(중앙대 입구 역)에 들어서는 것을 보았다.

제길...
3년을 하루같이 환승했던 고속터미널 역에서
환승장을 헷갈리고 말았다.

신이시여....





9.
도합 3백원의 부가 요금을 내고
30분이면 올 거리를 2시간 가까이 걸려 집에 당도했다.




10.
남은 젠장맞을 화이트 데이 겸 금요일 저녁을
내가 가장 좋아라 하는
'새 하드웨어랑 놀기' 게임과 '대용량 하드 정리하기 놀이'를 하며 조용히 마감하고자 했다.
근데...
외장하드 껍데기가 안열린다.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군것질이나 왕창해서 살이나 찌우는 X같은 국적불명의 명절따위..

죽어버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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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ggo
2008/03/14 23:20 2008/03/14 23:20
Tag // Diary, JOT, 처절과 궁상, 혼자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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